7월, 2026의 게시물 표시

안 쓰는 물건 처분 가이드 — 중고거래·기부·재활용, 어디로 보낼까

이사를 앞두고 베란다 창고를 열었다가 그 자리에 주저앉았습니다. 5년 동안 한 번도 안 쓴 접이식 러닝머신, 포장도 안 뜯은 요가매트, 언젠가 쓸 것 같아서 모아둔 수납장 세 개, 그리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전선 뭉치. 처음엔 그냥 다 버리려고 했습니다. 스티커 몇 장 붙이면 하루면 끝나는 일이니까요. 그런데 러닝머신 대형폐기물 수수료를 조회해보니 1만 5천 원 이었습니다. 멀쩡한 물건을 돈 내고 버려야 한다는 게 이상하게 억울했습니다. 그래서 그때부터 물건마다 이건 어디로 보내는 게 맞나를 하나씩 따져보기 시작했고, 3주에 걸쳐 창고를 비웠습니다. 결과적으로 약 27만 원을 벌었고, 두 박스는 기부했고, 그래도 못 보낸 것들은 결국 버렸습니다. 그 과정에서 얻은 순서와 실패담을 정리합니다. 처분에는 순서가 있습니다 물건을 정리할 때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는 실수는 팔릴까?부터 고민하는 것 입니다. 그러면 팔릴지 안 팔릴지 애매한 물건이 몇 달씩 집에 남습니다. 저는 순서를 이렇게 뒤집고 나서야 속도가 붙었습니다. 돈이 되는 것 — 중고 플랫폼에 올린다 (기한을 정해둔다) 돈은 안 되지만 쓸 수 있는 것 — 기부처로 보낸다 쓸 수 없지만 자원이 되는 것 — 무상수거·분리배출로 보낸다 정말 아무것도 아닌 것 — 대형폐기물 신고 또는 종량제 핵심은 1번에 기한 을 거는 것입니다. 저는 2주 안에 안 팔리면 무조건 2번으로 내린다는 규칙을 세웠고, 이게 없었으면 아직도 창고에 러닝머신이 있었을 겁니다. 1단계 — 파는 것: 중고 플랫폼 당근마켓: 크고 무거운 것 직거래가 기본이라 부피 크고 배송비가 아까운 물건 에 압도적으로 유리합니다. 가구, 가전, 유아용품, 운동기구가 여기 속합니다. 저는 수납장 3개를 묶어서 넘겼는데, 구매자가 차 끌고 와서 직접 실어갔습니다. 배송 고민이 아예 없다는 게 최대 장점입니다. 팔면서 체득한 것들입니다. 사진이 8할입니다. 낮에, 창가에서, 배경 치우고 찍은 사진과 밤에 형광...

텀블러는 정말 친환경일까 — 몇 번을 써야 본전인지 계산해봤다

얼마 전 주방 상부장을 정리하다가 텀블러를 꺼내 세어봤습니다. 일곱 개였습니다. 스테인리스 두 개, 유리 하나, 플라스틱 세 개, 그리고 회사 워크숍에서 받은 정체불명의 알루미늄 하나. 그중에서 최근 한 달 안에 손이 간 건 딱 하나였습니다. 나머지 여섯 개는 환경을 생각해서 샀지만 결국 찬장을 점령한 물건 이 되어 있었습니다. 부끄러운 고백을 하나 하자면, 저는 그 텀블러들을 살 때마다 스스로 조금 뿌듯했습니다. 예쁜 색이 나오면 이건 들고 다니고 싶으니까 오히려 더 자주 쓰게 될 거야라고 합리화했고, 카페에서 굿즈로 나온 한정판을 보면 어차피 쓸 건데 이왕이면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에코백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서점에서, 전시회에서, 회사 행사에서 받은 에코백이 신발장 위에 차곡차곡 쌓여 있었습니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거, 정말 친환경 맞나? 친환경 제품이라는 말에 숨어 있는 것 우리가 텀블러는 친환경이라고 말할 때, 머릿속에 그리는 그림은 대개 사용 단계 입니다. 일회용 컵 하나를 안 썼으니 쓰레기가 하나 줄었다는 계산이죠. 이 계산 자체가 틀린 건 아닙니다. 다만 절반만 보고 있는 겁니다. 제품 하나가 환경에 남기는 부담은 사용 순간에만 발생하지 않습니다. 원료를 캐고, 가공하고, 성형하고, 포장하고, 배에 실어 옮기고, 매장까지 트럭으로 나르는 모든 과정에 에너지가 들어갑니다. 이걸 전 과정에 걸쳐 따져보는 방법을 전과정평가(LCA) 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이 관점으로 보면 텀블러와 일회용 컵의 관계는 이렇게 바뀝니다. 일회용 컵 : 만드는 데 드는 부담은 작지만, 한 번 쓰고 버린다. 부담이 매번 발생한다. 다회용 텀블러 : 만드는 데 드는 부담이 훨씬 크지만, 쓰는 동안 새로 추가되는 부담은 세척에 드는 물과 세제 정도다. 즉 텀블러는 처음에 큰 빚을 지고 시작해서, 쓸 때마다 조금씩 갚아나가는 구조 입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질문이 하나 나옵니다. 몇 번을 써야 그 빚을 다 갚는가? 이걸 흔히 손...

여름 음식물 쓰레기 악취와 초파리, 1년간 헤매고 찾은 답

작년 여름, 8월 초쯤이었습니다. 3박 4일 휴가를 다녀와서 현관문을 여는데, 신발도 벗기 전에 알았습니다. 아, 싱크대구나. 출발 전날 저녁에 먹은 수박 껍질과 삼겹살 기름을 음식물 전용봉투에 담아 싱크대 옆에 그냥 세워두고 갔던 겁니다. 봉투를 열어보니 초파리 수십 마리가 한꺼번에 튀어나왔고, 그 냄새는 며칠간 집안 어딘가에 배어 있었습니다. 그 뒤로 1년 가까이 여름 음식물 쓰레기 처리 방식을 바꿔가며 실험했습니다. 냉동 보관도 해보고, 베란다에 퇴비통도 들여봤고, 초파리 트랩도 여러 종류 만들어 봤습니다. 성공한 것도 있고 완전히 실패한 것도 있는데, 그 실패담까지 포함해서 정리해 봅니다. 여름 음식물 쓰레기가 유독 힘든 이유 겨울엔 음식물을 이틀쯤 방치해도 별일이 없습니다. 여름은 다릅니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온도 — 실내 28~30도에서는 미생물이 폭발적으로 증식합니다. 부패가 시작되면서 나는 냄새가 우리가 말하는 음식물 악취입니다. 초파리의 생활사 — 초파리는 알에서 성충까지 조건만 맞으면 열흘 안팎 이면 됩니다. 여름엔 이 주기가 더 짧아집니다. 즉 며칠 뒀다가 버리지 뭐가 통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초파리는 이미 집 안에 있는 게 아니라, 냄새를 맡고 방충망 틈으로 새로 들어옵니다. 여기에 한국 특유의 조건이 하나 더 붙습니다. 음식물 종량제 입니다. 아파트라면 대개 단지 안에 RFID 종량기가 있고, 세대 카드를 대면 뚜껑이 열리고 버린 무게만큼 요금이 부과됩니다. 단독·다세대 주택은 전용봉투를 사거나, 납부필증을 사서 수거통에 붙여 배출하는 방식이 많습니다. 어느 쪽이든 핵심은 같습니다. 여름 음식물 쓰레기 대책은 냄새와 무게를 동시에 잡아야 한다는 것. 가장 확실했던 방법: 냉동 보관 결론부터 말하면, 1년간 시도한 것 중 압도적으로 효과가 좋았던 건 냉동 보관 입니다. 원리는 단순합니다. 부패도 초파리 산란도 결국 온도의 문제이니, 배출일까지 얼려버리면 그 사이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장마철 곰팡이와 습기, 화학 제습제 없이 한 시즌 버텨본 기록

장마가 시작되면 집 안 공기가 먼저 알려줍니다. 현관문을 열자마자 훅 끼치는 그 눅눅한 냄새, 며칠 안 신은 신발 안쪽에 하얗게 올라온 자국, 옷장 깊숙이 넣어둔 면 셔츠에서 나는 묘한 쿰쿰함. 저희 집은 북향 방이 하나 있는데, 이맘때가 되면 그 방 벽 아래쪽이 늘 문제였습니다. 처음 몇 해는 그냥 마트에서 물먹는 통 제품을 한 아름 사다가 방마다 놓아뒀습니다. 그런데 어느 여름, 한 달에 열몇 개씩 갈아 끼우면서 다 쓴 플라스틱 통을 버리다가 문득 회의가 들었습니다. 쓰레기는 계속 나오는데 벽은 여전히 축축했거든요. 그래서 그다음 해부터는 화학 제습제 없이 한 시즌을 버텨보자 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결과부터 말하면 완벽하진 않았지만, 생각보다는 할 만했습니다. 다만 집 구조와 환경에 따라 결과가 꽤 다를 수 있다 는 점은 먼저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먼저 제 실패담부터 — 숯이랑 신문지만 믿었던 첫해 친환경 제습이라고 검색하면 제일 먼저 나오는 게 숯입니다. 저도 그 말만 믿고 참숯을 큼직하게 사다가 방 구석마다 바구니에 담아 뒀습니다. 신문지도 옷장 바닥에 겹겹이 깔았고요. 그러고는 뿌듯한 마음으로 2주쯤 방치했습니다. 결과는 거의 체감이 없었습니다. 습도계는 여전히 70%대 후반을 가리켰고, 오히려 옷장에 깔아둔 신문지가 눅눅해지면서 잉크 냄새가 옷에 배는 부작용까지 있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제가 놓친 게 두 가지였습니다. 양이 터무니없이 부족했습니다. 숯이 습기를 머금는 건 맞지만, 방 하나를 감당하려면 바구니 한두 개로는 어림도 없다는 얘기가 많더군요. 좁은 신발장이나 서랍 정도가 현실적인 무대라고 봅니다. 포화된 뒤에 방치했습니다. 숯도 한계까지 습기를 빨아들이면 그다음부터는 그냥 검은 돌덩이입니다. 주기적으로 햇볕에 말리거나 삶아서 재생시켜야 하는데, 저는 그냥 놔뒀습니다. 즉, 제 실패는 숯이 나빠서가 아니라 습기의 총량을 우습게 봤기 때문 이었습니다. 이걸 인정하고 나서야 접근이 바뀌었습니다. 흡습재...

에어컨 켜고도 요금 폭탄은 피하기 — 실외기 관리와 누진 구간, 두 해 동안 직접 해본 기록

에어컨을 켜는 순간부터 마음 한구석이 불편해지는 계절이 또 왔습니다. 저희 집은 재작년 여름에 평소의 두 배가 훌쩍 넘는 전기요금 고지서 를 받고 나서야 정신을 차렸습니다. 그때부터 지난 두 해 동안 실외기 관리, 사용 패턴, 검침일 계산까지 이것저것 직접 해보면서 나름의 요령이 생겼는데요. 성공한 것도 있고 완전히 헛수고였던 것도 있어서, 2026년 7월 지금 시점에서 정리해 두려 합니다. 미리 말씀드리면 이 글에 나오는 이야기는 전부 저희 집 기준 이고, 집 구조·평수·에어컨 연식·가족 수에 따라 결과는 크게 달라집니다. 그대로 따라 하면 얼마가 줄어든다는 식의 이야기는 아니라는 점을 감안해서 읽어 주세요. 먼저 알아야 할 것: 요금이 왜 갑자기 튀는가 여름에 요금이 무서운 이유는 단순히 에어컨을 많이 써서가 아니라 누진 구간 때문입니다. 주택용 저압 전기요금은 사용량이 일정 구간을 넘어가면 그 초과분에 더 비싼 단가가 붙는 구조입니다. 그래서 100kWh를 더 쓰면 요금도 딱 그만큼만 오르는 게 아니라, 구간을 넘는 순간 체감상 훨씬 가파르게 올라갑니다. 다행히 7~8월에는 하계 누진 구간 완화가 적용돼 구간 경계가 평월보다 넉넉하게 잡힙니다. 다만 구체적인 구간 경계와 단가, 완화 적용 여부는 2026년 7월 현재 기준이며 이후 개편될 수 있습니다. 요금 계산을 진지하게 해볼 생각이라면 한국전력 홈페이지나 앱에서 현재 적용 중인 요금표를 직접 확인하시는 편이 확실합니다. 제가 제일 늦게 깨달은 것 — 검침일 부끄럽지만 저는 3년 차에야 저희 집 검침일 을 알았습니다. 요금은 달력상 1일부터 말일까지가 아니라 검침일 기준 한 달치로 계산됩니다. 저희 집은 매월 중순쯤이 검침일이라, 7월 말의 폭염 사용량이 실제로는 8월 고지서에 몰려 들어오는 구조였습니다. 이걸 알고 나니 이번 달 벌써 많이 썼나 하는 감이 잡히기 시작했습니다. 한전 앱에서 검침일과 실시간 누적 사용량을 확인할 수 있고, 특정 사용량을 넘으면 알림을 받는 기능...